이번에는 트렌드 코리아 2024를 읽고 내용을 정리하고 느낀 점들을 적어보려고 한다.
올해 초에 트렌드 코리아 2023을 읽었던 게 얼마 전 일인 것 같은데, 벌써 트렌드 코리아 2024 버전 책이 나왔다는 것에서부터 일단 시간의 빠름을 느끼고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트렌드 코리아 2023은 시간 관계상 비교적 빠르게 넘기며 전체적으로 훑어만 보아서 글로 기록을 남기진 못했던 아쉬움이 있어, 이번에는 잘 정리해 보고 싶다.
다만 각 키워드에 대해 전부 자세하게 다루지는 못하고, 그중에서도 내가 좀 더 느낀 것들이 많았던 키워드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트렌드 코리아 2024 키워드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가 그렇듯, 올해도 키워드를 선정하여 그것에 맞추어 제시하는 트렌드들의 키워드를 끼워서 맞추는 형식으로 전개되었다.
올해는 용띠의 해이기 때문에 DRAGON EYES를 키워드로 선정했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화룡점정'이라는 용의 그림을 눈에 점을 찍음으로써 마무리한다라는 사자성어를 인용하여 부제를 정하였다.
올 한 해는 단연코 Chat GPT가 전세계적으로 핫 이슈였기 때문에, 2024년도의 트렌드를 Chat GPT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번역을 시켜도 보았지만 아직은 사람의 마무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도 '화룡점정'을 이야기한다고 밝혔다.
올해의 키워드는 분초사회, 호모 프롬프트, 육각형인간, 버라이어티 가격 전략, 도파밍, 요즘남편 없던아빠, 스핀오프 프로젝트, 디토소비, 리퀴드폴리탄, 돌봄경제를 꼽았다.
분초사회
예전에는 시간을 써서 돈을 아꼈다면, 요즘에는 그 반대이다.
많은 경제 혹은 자기개발 유튜버들의 영향도 있는 탓일까. 최근에는 시간을 돈만큼 혹은 돈보다 더 가치있게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 느껴진다.
여러 드라마나 영화 콘텐츠들도 원작보다 오히려 유튜브에서 일명 '몰아보기', '스포포함' 으로 표기된 영상들의 조회수가 더 많다고 한다.
또한 쇼츠 플랫폼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긴 영상 하나보다 여러 개의 짧은 영상을 보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것이 확인된다고 한다.
트렌드 코리아 2024에서 제시한 여러 예시를 보면서 정말 많이 공감되었다.
항상 대중교통 환승을 고려해 지하철 탑승 열차를 선정하고, 유튜버가 추천하는 제품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을 구매하는 건 나의 요즘을 설명하는 문장이었다.
또 주변 지인들 사이에서 나는 '드라마 1시간 몰아보기를 2배속으로 보는 사람'으로 불리는데, 이것 역시 위의 예시와 마찬가지로 저자가 제시한 분초사회라는 키워드에 들어맞는 행동이었음을 느끼게 되니 재미있었다.
그리고 들었던 생각이, '그동안 나 나름의 특성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특이한 게 아니라 그저 사회의 변화에 영향을 받은 여러 사람 중 하나였구나'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사실 약간은 허망한 느낌도 들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요즘 매일매일 어떻게 살아가는지 생각해 본다면 거기서 오히려 트렌드를 찾아 활용할 수 있는 부분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모 프롬프트
바야흐로 Chat GPT의 시대다.
Chat GPT가 등장한 이후, 이제 정말 쉽게 사용할 수 있는 AI가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이미 명령어를 통해 그에 맞는 이미지를 그려주기에 이르렀으며, Chat GPT를 활용한 수 많은 응용 어플리케이션들이 등장했다.
몇 년 전에는 성균관대학교 최재붕 교수님이 말씀하신 '포노 사피엔스'라는 키워드가 이제는 핸드폰으로 모든 걸 하는 현대인들을 설명했다면, 앞으로는 정말 핸드폰을 넘어 AI가 기본 도구가 되는 날이 다가온 것 같다.
AI는 선택의 영역이 아니라 필수이다. 이젠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다.
다만 이 책의 서두에서 이미 밝혔듯, 아직은 AI가 침범하지 못한 사람의 영역이 남아있기에 그런 아날로그적 역량이 다시 대두될 수 있다.
AI를 사용할 지 말 지가 아니라, 어떻게 써야할 지 고민해야 한다.
육각형인간
요즘엔 타고난, 완벽한 사람들을 더 선망한다고 한다. 육각형인간이라고 부르는 사람이다.
예전에는 자수성가한 사람들을 더 선망했다면, 이제는 재벌 3세 같이 타고난 집안이나 외모같이 타고난 것의 영향이 큰 부분을 더 동경한다고 한다.
이는 웹툰, 소설 등에서도 반영되고 있다. 성장의 과정 없이 한 번에, 예를 들어 환생 같은 요소로 극적인 능력을 얻는 이야기들이 인기가 많다고 한다.
하트시그널, 환승연애, 나는솔로 등과 같은 일반인 연애 프로그램들이 인기가 많은 것도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 출연진을 보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긴 하지만 외모와 경제적 능력이 아주 출중한 사람들이 대다수이다.
이런 현상은 아마도 SNS가 활성화되며 모든 사람이 그동안 몰랐던 부자의 삶을 알게 되고, 실제로는 만나보지 못한 잘생기고 이쁜 인플루언서들을 보며 동경을 하기 때문에 두드러지는 것이 아닐지 하는 생각이 든다.
완벽을 추구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사실 절대적인 완벽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완벽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나아야 하므로 그 바탕에는 비교가 깔려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도 받고, 최근 심각한 결혼 및 출생률에도 악영향을 주는 것 같다.
애초에 SNS 속 사람들처럼 자녀에게 완벽한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없음을 알기 때문에 포기하는 것이다.
도파밍
재미를 쫒는 인간.
요즘 사람들은 재미를 찾아 수집한다는 의미에서 도파민과 파밍(게임에서 아이템 수집)이라는 단어를 합성해서 만든 단어라고 한다.
랜덤이 주는 상황을 즐기고, 엉뚱한 행동을 하고, 무모한 도전을 하고, 기괴한 것을 보는 것들이 모두 도파민을 추구하는 행위라고 설명한다.
과거와 달리 재미가 놀이로만 치부되는 것이 아니라, 일과 놀이의 경계가 흐려지며 재미가 삶을 풍요롭게 하는 필수적인 것이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파민만 추구해서는 안 되며, 즉각적인 보상만 추구하지 않고 소소한 곳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세로토닌이 적절히 조화된 삶을 살아야 함을 강조한다.
이 키워드를 보고도 흠칫했던 것이, 나는 내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가 재미라고 생각해 왔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이 내가 재미있기 때문에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재미를 추구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운동을 해서 몸이 변화하는 것을 지켜보는 성취감과 그것이 주는 재미,
투자 공부를 하며 계좌가 성장해 가는 것을 보는 재미,
진로를 결정할 때도 결국은 내가 가장 재미있어하는 분야와 길을 선택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미를 쫒는 인간이라는 키워드를 보았을 때, 이것마저 나의 특성을 부정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책에서 말하는 재미는 좀 더 원초적인 재미의 개념이었고, 내가 말해왔던 재미의 개념과는 확실히 다른 것이었기에 안도감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확실히 느낀 것은, '나 역시 알게 모르게 주변 세상과 시대적 흐름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고 있구나' 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나쁜 것은 절대 아니며, 다만 항상 나만의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키워드들
이 외에도 가정에서의 달라진 역할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요즘남편 없던아빠.
이제는 고정된 물건 가격이 아니라 소비자의 구매력을 고려해 매시간, 매 상황 가격이 달라지는 버라이어티 가격 전략.
본 사업과 관련은 있지만 독립된 콘텐츠나 브랜드를 만들거나, 또 다른 개인 경력을 개발하고 적용하려는 파생의 개념인 스핀오프 프로젝트.
신뢰하고 좋아하는 인플루언서의 추천 아이템들을 따라 구매하는 디토소비.
이제는 유기체처럼 동작하는 도시의 개념을 설명하는 리퀴드폴리탄.
단순히 노인 돌봄을 넘어 개인 정서 등 모두가 모두를 돌보는 돌봄사회.
마치며
하나하나 키워드 모두 읽어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들이었다.
트렌드 코리아 2024를 읽으며 사실 새로운 개념들도 있었지만, 이미 당연하게 내가 경험하고 있는 것들도 있었다.
내가 트렌드라고 인지하지 않았던 것들을 일깨워 주는 책인 것 같다고 느꼈다.
다가 올 2024년을 살아보면서, 실제로 이 키워드들이 얼마나 트렌드로써 적절한지 판단해 보고,
내년에 나올 트렌드 코리아 2025를 읽기 전에 나만의 분석을 먼저 해보고 저자들의 분석과 얼마나 같고 다른지를 비교해보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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